한 땀, 한 땀 옷감에 생명을 불어넣다
자리에 앉아서 한 땀 한 땀 수를 놓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이야기하는 이가 있다. 바로 제4호 안성맞춤명장 유오형 명장이다. 그녀는 1999년부터 제80호 자수장 선생님께 전통자수공예를 배워 2022년 지금까지 작업하고 있기에, 전통자수 외길을 걸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통자수는 여러 가지 색실로 그림이나 글자, 무늬를 수놓는 것을 말합니다. 비단실로 작업하여 섬세함을 요구하는 것은 물론, 작업 시간도 길기 때문에 끈기도 있어야하죠. 전 ‘느림의 미학’이라고 하는 전통자수에 빠져 현재까지도 전통자수기법으로 꽃과 나비 등 한 폭의 그림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옷감이나 헝겊에 수를 다 놓았다고 해서 유 명장의 작업은 끝나는 게 아니다. 몇몇 전통자수 명장들은 바느질 전문가에게 한복으로, 베게로 꿰매달라고 요청하지만 유오형 명장은 그렇지 않다. 전통 바느질 기법까지 터득하고 있기에 수놓은 천을 이용해 직접 작품을 완성한다.
유오형 명장이 만든 작품들을 물끄러미 보면 정말 ‘예술이다!’라는 감탄사밖에 나오지 않는다. 또 가까이서 유심히 보면 일정한 실 간격은 물론이며 나비는 실을 더 많이 사용하여 위에 볼록 올라와 있다. 이렇게 볼록 올라와 있는 나비를 보면 정말 생명을 불어넣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옛 조상들의 멋과 얼이 담긴
전통자수를 계속 이어갈 것
다양한 작품들 중 유 명장이 유독 애착을 갖는 작품이 있다. 바로 수화문을 담은 보자기를 6장씩 엮은 수첩이다. 수화문이란 세계수(世界樹)와 무목(巫木)을 형상화한 것인데, 이는 수많은 종교와 신화의 모티브이기도 하다.
“예부터 보자기는 ‘복을 싸둔다’와 ‘정성과 예를 갖추다’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보자기가 책보, 상보, 혼례용 수 보자기 등 여러 용도로 사용된 만큼 옛 조상들의 삶의 지혜를 담고 있기도 하죠. 그래서인지 6개의 보자기를 엮어 만든 수첩에 애착이 가게 되는 것 같아요.”
오랜 시간을 쏟아 부으며 정성스레 만든 작품들은 각종 전시에 출품하기도 한다. 작품을 세상에 내 놓을 때마다 많은 이들은 감탄하기 일쑤였고, 그렇기에 각종 수상도 놓치지 않았다. 특히 2013년엔 문화재청장 표창도 받았으며 2020년에는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에서 국립무형 유산원장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유오형 명장은 2016년, 안성시 제4호 안성맞춤명장으로 인정받았다. 안성맞춤명장으로 인정받기까지는 10년 이상 안성시에 거주해야하며 공예 산업에 30년 이상 종사해야 한다고.
“전통 예술의 고장 안성에서 명장으로 인정받으니까 자부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앞으로도 시간과 건강이 허락하는 한 더 많은 작품 제작에 매진하고자 합니다. 후대에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전통예술을 되돌아보며 공유할 수 있는 공간에 모든 작품을 기증하는 게 제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