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복이 들어오라고 조리를 걸어놓는 풍습이 있다. 조리는 쌀을 씻을 때 돌을 걸러내는 식생활에 필요한 도구지만, ‘행복을 조리와 같이 일어 얻는다’는 의미로 ‘복조리’라 부르며, 나쁜 액운은 걸러내고 집안에 복이 들어오기를 소원하는 신앙적인 도구로 의미가 변형되었다. 연초에 복조리를 일찍 사면 살수록 더 많은 행운을 얻을 수 있다고 믿었기에 조리 장수는 섣달 그믐날부터 집집마다 조리를 마당에 던져 놓거나 복조리를 사라고 외치며 돌아다녔다. 복을 돈으로 흥정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복조리 가격은 깎거나 흥정하지 않았다. 돈을 달라는 대로 주고, 주는 대로 받았다. 복조리 안에 동전, 곡식, 초, 성냥 등을 담아 안방이나 마루 기둥에 걸어놓고 1년 내내 복이 들어오기를 빌었다.
400년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켜온
신대복조리마을
복조리를 만들며 추억의 미풍양속을 이어 오는 마을이 있다. 전국 최고의 복조리 생산지로 이름이 나 있는 신대복조리 마을은 칠현산과 칠장산 제비월산이 펼쳐진 산자락 아래 고즈넉이 자리하고 있다. 마을을 둘러싼 산에는 조릿대가 숲을 이루고 있어, 풍부한 조릿대로 집안에서 쓰이는 여러 가지 도구를 만들었다. 그중에 마을의 특산품 복조리를 400년 전부터 대대로 만들고 있다.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에는 매년 복조리 축제를 개최하고 복조리 체험뿐 아니라 봄에는 모내기, 우렁이 방사하기, 여름에는 미꾸라지 잡기, 숲 체험하기, 백연잎 꽃차 만들기, 가을에는 감 따기, 고구마 감자 캐기, 겨울에는 궁예 활쏘기, 눈썰매 타기 등 다양한 생태 체험과 농촌체험을 할 수 있었다. 이러한 체험 관광이 농가 소득 및 주민복지를 향상시키고 농촌에 희망을 주는 정책이라는 평가와 함께 ‘제1회 대한민국 농어촌 마을대상’분야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코로나19로 어르신 몇 분이 명맥 유지
복조리는 4월부터 10월까지 산죽을 자르고, 말려두었다가 농한기에 3시간 정도 물을 축여 부드러워지면 복이 담기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조리를 엮는다. 설 명절이 다가오자 마을회관 작업장에 70대 어르신 몇 분의 복조리를 엮는 손놀림이 바빠졌다. 마스크를 쓰고 멀찍이 떨어져 앉아 부지런히 손을 움직이며 이야기를 전해준다.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정지된 상태이며 복조리 주문량이 적어지고 복조리 만드는 사람도 몇 남지 않아 전통문화가 끊어지는 것은 아닌지 한 걱정을 하며 문화유산의 중요성을 환기시킨다. 잊혀가는 풍습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계승 보존해야 한다.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되어 다시 ‘복조리 축제’가 진행되기를 바라며, 가정에 행복이 가득하기를 집안에 복조리를 걸어두고 기원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