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로 만나는 여행

관청의 위엄을 지닌 안성객사
고려 주심포계 양식을 따른
건축사 연구에 중요한 건물

시민명예기자 이원희
인디언들은 3월을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달’이라 부른다.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은 쉽지만은 않다. 바른 마음, 긍정의 마음 그리고 진실된 마음으로 감동을 주고 공감을 얻어야 한다.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의 마음이다. 공자는 논어 옹야편에서 ‘어진 사람은 자신이 서고자 할 때 남부터 서게 하고, 자신이 뜻을 이루고 싶을 때 남부터 뜻을 이루게 해주는 것이다(夫仁者 己欲立而立人 己欲撻而撻人 能近取譬 可謂仁之方也已)’라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미루어서 남이 원하는 것을 이해하라고 한다. 내가 아닌 타인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고, 더 나아가 부모를, 이웃을, 사회와 나라를 먼저 생각하라고 한다. 사회가 혼란스럽고 어려울수록 내 이상과 욕망을 펼치기 전에 타인을, 이웃을, 국민을 위한 배려심과 관심이 절실해진다.
장기간 이어지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지칠 대로 지쳐있는 요즘, ‘절망을 빠져나갈 수 있는 건 희망’이라는 말에 마음이 머문다. 곧 지나가리란 희망을 가지고 조선 시대 관리들이 머물렀던 안성객사를 소개한다. 안성객사 옆엔 안성향토사료관과 ‘책다락 만화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보개도서관이 있어 남녀노소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소다.
고려 시대 주심포계
양식을 따른 안성객사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54호)
객사는 고려 시대와 조선 시대에 각 고을마다 설치했던 관사로 객관(客館)이라고도 한다. 관리나 사신의 숙소로 사용했으며 이곳에서 망궐례(望闕禮)가 행해지기도 했다. 망궐례란, 임금을 만나는 의식으로 궁궐이 멀어 직접 궁에 가지 못해 임금을 상징하는 위패를 놓고 예를 올리는 의식행사를 말한다. 안성객사의 구체적인 건립 시기는 알 수 없지만 안성객사 지붕에 ‘와장승인묘안 숭정후육십팔년을해(瓦匠僧人妙案 崇禎侯六十八年乙亥)’라는 명문이 새겨진 암막새가 남아 있어 1695년(숙종 21)에 중수되었음을 알 수 있다. 원래는 읍내의 관아 주변에 있던 건물을 1932년 명륜여자중학교로 옮겼다가 1995년에 해체 수리를 하면서 지금의 자리인 보개면 양복리로 옮겼다. 일제강점기에 해체‧수리하면서 기둥의 아랫부분이 잘려나가 짧아진 탓에 배흘림 기법이 흐트러져 제 모습을 잃었지만, 건물의 웅장함은 관청의 위엄을 보여주고 있다.
정면에 망궐례 의식을 행하는 정청(政廳)이 있고, 양옆으로 안성객사를 방문한 인사들이 머무는 방인 좌·우 익랑이 있다. 백성관(白城館)이란 현판이 걸려있는 정청은 기둥머리 위에만 처마를 받치는 공포1)를 얹은 고려 시대 주심포2)계 양식의 건물로 건축사 연구에 중요한 사료가 된다. 정면 3칸, 측면 3칸으로 되어있고 중앙에는 살창으로 꾸민 문을 달아 출입할 수 있게 했다. 정면 2칸, 측면 2칸의 좌·우 익랑에는 확장감이 느껴지는 시원한 마루가 있고, 마루 뒤편에 방을 드린 익공3)계 팔작집을 날개처럼 덧붙여져 멋진 품위를 지닌다.
안성의 역사와 문화를 만나는
안성향토사료관
우리 고장의 다양한 문화를 보여주는 안성향토사료관은 죽산고등공민학교를 창설하고 후학을 양성한 황치수(1922~2001) 선생이 전통문화의 계승 발전을 위해 수집하여 기증한 물품과 안성문화원에서 수집한 유물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전시장에는 안성의 의식주, 민속놀이, 농기구 등 총 180여 점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야외에는 다양한 종류의 장독대와 연자방아, 돌절구, 문인석 등의 석물들을 전시하며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사료관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며 이용요금은 무료다. 해설사가 상주해있어 전시품의 이야기, 우리 조상들의 슬기와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유익한 장소다.

안성향토사료관

  • 위치 안성시 보개면 종합운동장로 203
  • 전화 031-675-5600, 031-673-2625

1) 공포: 지붕 처마의 무게를 받치기 위해 기둥머리에 짜 맞추어 댄 부재(部材)

2) 주심포: 공포가 기둥머리 위에만 있는 형식

3) 익공: 주심포계 중에서 새의 날개 모양의 부재를 끼운 공포 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