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의 손길

닥종이, 공예품으로 거듭나다
제9호 안성맞춤명장 장석순 닥종이 공예가

시민명예기자 이원희
인류 문화발전에 큰 영향을 끼친
종이
종이가 발명되기 전에는 진흙 판이나 거북의 등딱지, 비단(백서), 대나무 조각(죽간) 등에 글자를 새겼다. 진흙 판이나 나무 조각은 많은 양의 글을 기록하기 어려웠고, 무게가 무거워 운반하기도 힘들었다. 종이가 발명되자 지식은 쉽게 먼 곳까지 퍼지게 되었고 후세에 전해져, 인류의 문화·문명이 급속도로 발전하게 되었다.
오늘날 쓰이는 종이의 형태는 105년 중국 한나라의 한관인 채륜이 처음 발명했다. 나무껍질, 삼베 조각 등을 물에 적셔 찧어 곤죽을 만든 뒤, 그것을 얇게 떠서 말려 종이를 만들었다. 우리나라에는 4세기경 삼국 시대에 제지술이 전해졌고, 7세기경 고구려의 승려 담징이 일본에 전했다. ‘종이’라는 말은 닥나무 껍질을 뜻하는 ‘저피(楮皮)’에 어원을 둔다. ‘저피’라는 단어가 조비 → 조해(조ㅎ) → 종이로 발음이 변한 것이므로 ‘종이’라는 말 속에 닥종이의 성격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시대에 따라 ‘계림지’, ‘삼한지’, ‘고려지’, ‘조선지’라 불리던 종이의 명칭을 ‘한지’라 하는데, 이는 중국과 일본의 전통 종이인 선지나 화지와 구별하기 위함이다. 한지의 큰 특징은 두껍고 질기다는 점이다. 중국에서는 우산, 부채, 책 표지 등 질긴 종이를 사용해야 할 때 한지가 인기 있었다. 명나라 때의 화가이며 서예가인 동기창(董其昌)이나 청나라의 황제 강희제(康熙帝) 등은 우리나라 한지를 즐겨 쓰던 인물이다. 조선 시대에는 종이의 규격을 통일하고 원료를 다양화 했으며 가공기술 또한 발전시켜 여러 형태의 종이가 제작됐다. 그러나 임진왜란 이후 기술자와 원료의 부족으로 한지는 쇠퇴기를 맞게 되었다. 오늘날의 한지는 중국과 일본에 비교하면 일반적으로 거칠다.
공예품으로 거듭나는 닥종이
조선 시대에는 한지의 질긴 특성으로 인해 서책뿐만 아니라 종이돈(楮貨), 창호지(窓戶), 부채, 우산 등에 많이 사용되었다. 불국사의 석가탑 안에서 발견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인 ‘무구 정광 대다라니경’은 만들어진 지 약 1270년이 지난 지금도 글씨를 읽을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하고 질기다. 또한 여러 겹 풀칠로 덧대어 반짇고리나 필통 등을 만들기도 하고, 종이를 꼬아 생활 용기나 장식품을 만들었는데 이를 지승공예(紙繩工藝)라 한다. 이들 공예품은 미적 감각이 뛰어나며 그 형태도 바구니·가방·상·물병·지갑 등으로 다양하다. 더욱이 보존성이 뛰어나 작품을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최근에 한지를 재료로 작품을 만드는 작가가 늘어나고 있다.
제9호 안성맞춤명장 장석순 공예가는 20여 년간 닥종이 공예에 매진하며 현재 ‘닥종이공예마을’을 운영하고 있다. “어린 시절 외할머니 댁 대청마루에 앉아 있으면 한지로 붙인 창살 문 뒤로 달그림자가 지곤 했어요. 외할머니는 말린 꽃잎을 넣어 한지로 문을 바르셨는데 그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또한 종이를 풀어 만든 바가지, 함지박은 신기한 공예품이었습니다”라며 그 경험이 그를 한지의 세계로 인도했다고 이야기한다.
장석순 공예가는 현재 전통예술(유기, 주물, 서각, 목공예, 닥종이, 천연 염색, 민속 과자)분야에서 활동하는 안성 출신의 장인 모임인 ‘안성쟁이들’의 회장으로 광주광역시, 경기도의회 등에서 전시를 하며 타 지역에 안성의 공예를 알리고 있다. 경기 여류작가 회원으로서 여러 차례 개인전과 회원전을 열기도 했다. 또한 안성 관내 초등학교와 고등학교에서 한지 공예 수업을 하면서 한지의 우수성을 알리며 한지 공예품이 실생활에서 많이 사용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제23회 한국미술 국제 대전 우수상, 닥종이 협회 종이접기 장려상 수상, 한국 꽃 문화 진흥회 전국 응모전 종이 조각부문 특선, 고려 닥종이 협회 지도교사상 수상, 닥종이 공예 공모전 은상 수상, 공예품 경진대회 특선 수상 등 수상 내역 또한 화려하다.
장석순 공예가는 한지가 주는 특유의 따뜻한 느낌을 살려 작품을 만들고 그 작품을 통해 따뜻함이 전해지기를 바란다며 실용적이고 따뜻함을 주는 닥종이 공예를 널리 알리고 싶다고 전했다.

닥종이공예마을

  • 위치 안성시 중앙로 371번길 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