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품으로 거듭나는 닥종이
조선 시대에는 한지의 질긴 특성으로 인해 서책뿐만 아니라 종이돈(楮貨), 창호지(窓戶), 부채, 우산 등에 많이 사용되었다. 불국사의 석가탑 안에서 발견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인 ‘무구 정광 대다라니경’은 만들어진 지 약 1270년이 지난 지금도 글씨를 읽을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하고 질기다. 또한 여러 겹 풀칠로 덧대어 반짇고리나 필통 등을 만들기도 하고, 종이를 꼬아 생활 용기나 장식품을 만들었는데 이를 지승공예(紙繩工藝)라 한다. 이들 공예품은 미적 감각이 뛰어나며 그 형태도 바구니·가방·상·물병·지갑 등으로 다양하다. 더욱이 보존성이 뛰어나 작품을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최근에 한지를 재료로 작품을 만드는 작가가 늘어나고 있다.
제9호 안성맞춤명장 장석순 공예가는 20여 년간 닥종이 공예에 매진하며 현재 ‘닥종이공예마을’을 운영하고 있다. “어린 시절 외할머니 댁 대청마루에 앉아 있으면 한지로 붙인 창살 문 뒤로 달그림자가 지곤 했어요. 외할머니는 말린 꽃잎을 넣어 한지로 문을 바르셨는데 그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또한 종이를 풀어 만든 바가지, 함지박은 신기한 공예품이었습니다”라며 그 경험이 그를 한지의 세계로 인도했다고 이야기한다.
장석순 공예가는 현재 전통예술(유기, 주물, 서각, 목공예, 닥종이, 천연 염색, 민속 과자)분야에서 활동하는 안성 출신의 장인 모임인 ‘안성쟁이들’의 회장으로 광주광역시, 경기도의회 등에서 전시를 하며 타 지역에 안성의 공예를 알리고 있다. 경기 여류작가 회원으로서 여러 차례 개인전과 회원전을 열기도 했다. 또한 안성 관내 초등학교와 고등학교에서 한지 공예 수업을 하면서 한지의 우수성을 알리며 한지 공예품이 실생활에서 많이 사용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제23회 한국미술 국제 대전 우수상, 닥종이 협회 종이접기 장려상 수상, 한국 꽃 문화 진흥회 전국 응모전 종이 조각부문 특선, 고려 닥종이 협회 지도교사상 수상, 닥종이 공예 공모전 은상 수상, 공예품 경진대회 특선 수상 등 수상 내역 또한 화려하다.
장석순 공예가는 한지가 주는 특유의 따뜻한 느낌을 살려 작품을 만들고 그 작품을 통해 따뜻함이 전해지기를 바란다며 실용적이고 따뜻함을 주는 닥종이 공예를 널리 알리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