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 안성

우리의 일상이 글이 되고,
시가 되어 녹는 시간
박두진 문학제 수상작
특별기획전 별밭에 앉아

혜산 박두진 문학제는 박두진과 박두진의 문학세계를 조명하고,
그 정신을 이어받아 한국문학과 세계 문학의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매년 개최되는 문학 행사다.
올해 22회를 맞이한 혜산 박두진 문학제 수상작 특별기획전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소규모 및 온라인으로 개최했던 2020년과 2021년의 수상작들을 소개한다.
박두진 문학관 전망대 전경
제15회 혜산 박두진 문학상
수상자 강창민

수상 시집 「성찰의 강을 건너」
귀가 – 이생의 강을 건너

집으로 돌아왔다네
철새들 떠나는 강가를 따라
바람이 휩쓰는 언덕을 넘고
밀물 드는 바다를 지나
떠날 때는 뒤도 안 보고
쫓기듯 목 움츠렸지만
날이 저물어도 고개 세우고
천천히 걸어왔다네
불을 밝히고
창을 열어
오래 묵은 슬픔을 비운다네!
불을 지펴 밥을 안치고
술통의 거미줄 털어
따른 술 한 사발 향기로운데
늦은 저녁 식탁에서
허공을 위해 건배한다네
집으로 돌아왔구나
눈물의 강을 건너
시름의 언덕을 넘어
고통의 바다를 지나
낡고 어둔 도시를 떠나
있던 그 자리
홀로 돌아왔구나!
제16회 혜산 박두진 문학상
수상자 안경원

수상 시집 「십자가 위에 장미」
십자가 위에 장미

그리스 메테오라 공중 수도원에서 사 온
둥근 계피로 만든 작은 십자가
진홍색 연분홍색 조그만 조화 장미가
송글송글 맺혀 있어
식탁 옆 하얀 벽에서는
장미꽃 닫혔다 열리는 떨림이 간혹 느껴지고
5월 장미 동산에서도 맡지 못한 향기 속에
무겁게 매달려 있는 풀지 못한 문제에서
장밋빛 피 내음이 번지기도 한다
절벽에 간신히 발을 디딘 공중 수도원에서
밧줄에 의지해 오르내리던 수도사들은
절연과 접속을 반복하며, 살아서
인간을 벗어버릴 수 있음에 도전한 것일까
수직의 암벽 저 아래 저녁이 되면
불빛이 따뜻한 사람의 마을을 내려다보며
아니다 아니다 저곳은 아니다
혹은 한걸음 더 오르리 오르리를 다짐했을까
치솟은 수직의 바위에서 보낸
한 생애의 흔적이
희게 바랜 유골들로 남아있는 그들도
죽어서야 인간을 벗어버렸겠지
작은 계피 십자가 위 조화 장미
유치한 듯 장엄한 듯
그러나 무슨 차이인가
십자가를 목에 걸든 등에 지든
십자가 없는 삶은 없을 테니
말없이 바라보곤 한다
밤이 깊어지자 짙은 어둠 속에
바위는 안 보이고 까마득한 높이
수도원의 불빛만 별빛처럼 아득한
메테오라 공중 수도원
오스만 터키의 침공 때엔
아무도 오르지 못하는 피난처였다는데
수도사들은 공중마저도 벗어나고자 했으리라
박두진 문학상 수상자 소개
박두진 문학제 수상작 특별기획전 「별밭에 앉아」는 내년 3월 31일까지 박두진 문학관 옥상 전망대에서 열린다.

박두진 문학관

  • 관람문의 031-678-246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