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에서 만나는 서귀포

순백의 눈꽃 세상에서
뜨거운 한 해를 기약하다

※ 이 원고는 안성시와 자매결연 도시인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간
소식지 업무 상호 교류에 따라 서귀포시 공보실의 협조로 작성되었습니다.
사시사철 산행의 맛이 다른 한라산은 겨울 이맘때 온통 흰 눈으로 덮여 설국(雪國)으로 변한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환상적인 설경이 하늘과 땅 사이 드넓은 평원을 수놓는다.
풍요와 지혜의 해, 계묘년(癸卯年). 새해 결의를 다지며 산뜻하게 시작하고 싶다면 우리나라 최고봉(해발 1,950m)이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한라산은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를 만큼 힘들고 지쳐도 쌓인 눈을 헤치며 한 발 한 발 내딛다 보면 나태했던 지난날을 반성하게 되고, 어느덧 가까이 다가온 정상에 ‘해냈다’는 성취감이 한 해를 견디는 자신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라산에는 어리목, 영실, 성판악, 관음사, 돈내코, 어승생악, 석굴암 등 7개 탐방로가 개방돼 있다. 그중 한라산 정상은 성판악과 관음사 코스로만 오를 수 있다. 하지만 겨울 한라산의 아름다운 설경과 화사한 눈꽃을 만끽하려면 영실과 어리목 코스를 추천한다.
영실 탐방로는 가장 거리가 짧은 데다 비교적 등반이 편한 코스다. 등산 기점인 영실 휴게소에서 윗세오름 대피소까지 3.7km에 불과해 겨울철에도 아이를 동반한 가족 등산객들이 눈에 띈다.
특히 1,700m 고지의 선작지왓 평원에 이르면 말 그대로 눈 세상이다. ‘작은 돌들이 서 있는 밭’을 뜻하는 선작지왓은 국내에선 보기 드문 고산 평원이다. 선한 눈망울을 가진 노루들이 뛰노는 ‘산상의 정원’이기도 하다. 평원 끝에는 반듯한 수평선을 그린 구름바다가 광활하게 펼쳐진다.
하산할 때는 길이 4.7km에 2시간쯤 소요되는 어리목 탐방로가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편안하다. 하산하는 길에 지나는 만세동산과 사제비동산도 눈이 시릴 만큼 아름답다. 만세동산 전망대에서는 흰 눈으로 덮여 있는 백록담 화구벽에서부터 민오름, 장구목오름, 윗세오름, 망체오름 등의 오름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다시 가파른 내리막길을 따라서 2.4km가량 내려가면 어리목 탐방안내소에 다다른다.
백록담 설경
한라산은 설국
탐방 예약제가 시행 중인 성판악과 관음사 탐방로는 반드시 사전 예약해야 하나 영실과 어리목 등 탐방로는 예약 없이도 오를 수 있다. 겨울에는 폭설로 교통이 통제되고 등산로가 폐쇄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 데다 낮의 길이가 짧은 만큼 탐방로별 입산 통제 시간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겨울 산행에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탐방로에 매점이 없으므로 마실 물이 충분해야 하고 아이젠과 스패츠는 필수다. 얇은 옷을 여러 겹 껴입는 것도 추위를 막는 데 효과적이다. 흰 눈에 햇볕이 반사되면 눈부시기 때문에 선글라스를 준비해가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안성에서 제주로 가려면 김포나 청주에서 항공편을 이용해야 하지만, 대망의 2023년을 맞아 눈꽃 만발한 한라산에서 뜨거운 한 해를 기약해보면 어떨까.
한라산 새해 첫날 해맞이 인파
※ 한라산 정상에서 새해 첫 해맞이를 위해 매년 1월 1일이면 자정부터 야간 산행이 허용된다.

한라산 국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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