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타고 흐르는 섬, 가파도
제주도 남서부에 있는 서귀포시 대정읍 운진항에서 뱃길로 10분. ‘파도가 더해진다’는 뜻의 가파도(加波島)는 우리나라에서 해발고도가 가장 낮아 바람이 가장 깊게 파고드는 곳이다. 거센 바람을 견디기 위해 키를 낮춘 마을에는 주민 200여 명의 삶이 있다.
해안선 전체 길이는 10리 남짓한 4.2㎞. 걸어서 2시간이면 섬 전체를 둘러볼 수 있다. 이름난 유적도, 이렇다 할 상징성도 없이 바다와 바람이 전부였던 가파도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건 ‘청보리’ 덕분. 세찬 바람에 나무 한 그루 자라기 힘든 척박한 섬에서 청보리만큼 실한 결실을 주는 것도 없었다. 배를 채워 주는 든든한 양식이었고 땔감으로도 요긴했다. 청보리는 예나 지금이나 가파도 사람들에게는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언덕이자, 삶을 이어가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다.
마을과 마을, 집과 집 사이 60만 제곱미터 들판이 온통 청보리밭이다. 바람에 물결을 이루는 청보리는 세상의 속도를 잊게 하고 섬의 속도로 사람들을 이끈다. 온몸을 휘감는 바람, 아득하게 보이는 제주 본섬과 마라도는 좀 더 속도를 늦춰도 괜찮다고 말하는 듯하다.
2010년에는 가파도만의 풍광을 이으면서 올레길(10-1코스)이 만들어졌다. 올레길이 열리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관광객이 밀물처럼 몰려오고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섬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주민들의 섬 생활도 변하고 있다. 바다만을 바라보고 살았던 사람들은 이제 그 바다가 내어주는 먹을거리에 솜씨와 정성을 더해 가파도의 밥상을 차려 섬을 찾는 사람들을 맞이한다.
4월은 섬을 가득 채운 푸릇푸릇 한 청보리와 함께 섬의 정취와 풍광을 느끼기에 가장 좋은 때다. 특히 ‘가파도 청보리 축제’가 4월 1일부터 30일까지 열려 바람과 파도의 아름다운 몸짓으로 치유 받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가파도 청보리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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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2023.4.1.(토)~4.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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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
운진항(대정읍 최남단해안로 120)에서 가파도행 여객선이 출항하며, 축제 기간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50분까지 매시 30분 간격으로 운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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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복 운임
어른 19,000원|청소년 18,800원|
소인 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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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064-794-5490